Lyrics
지나가던 버스 창에 물든 오후 햇살이 내 그림자를 따라 걷고 있었어
시계는 여전히 여름의 한가운데지만 마음은 그보다 조금 앞서 있었지
에어컨 바람에 밀려 멈춰 있던 종이컵이 흔들려 서랍 속 계획표는 펼치지 못한 채 접혀만 가
기지개 펴듯 하늘이 살짝 늘어진 구름 사이로 새들이 낮게 스쳐 지나갔어
가까스로 끝낸 업무를 무심히 완료한 그 순간 작은 안도의 숨이 허무함과 섞여 흘러나왔지
누군가 웃는 소리 복도 끝에 들려왔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지난 주말 어딘가에 머물고 있어
기억 속의 여름은 항상 조금 더 뜨거웠고 조금 더 반짝였던 것 같아 그래서일까
지금 이 계절이 조금 모자라게 느껴졌어 한 해의 반이 어느새 넘어가고 있어 잔뜩 적어뒀던 바람들 중 몇 개나 이뤘을까
창 밖의 초록은 여전한데 마음은 어디론가 흘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인데도 어쩐지 작별인사를 떠올려
책상 위에 남겨진 티백 하나의 미지근함 그 온도가 요즘 내 기분 같았어
사진첩을 넘기다 괜히 웃음 짓기도 하고 같은 페이지를 몇 번이나 되돌아봤어
시끄러운 것도 조용한 것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게 낯설게 느껴졌어
'괜찮아'라는 말이 왜 그리 자주 입에 맴돌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 그건 나 자신 내게 하는 말이었어
반쪽 남은 여름이 조용히 웃고 있었어 내가 모르는 사이 많은 것들이 자라나고 있었지
시원섭섭한 마음이 바람에 실려 흔들리면 아직 오지 않은 나머지 반을 조금은 기대해도 좋을까?
오늘의 해가 기울면 조용히 기록해둘게 이 여름도 이 하루도 사라지지 않았다고